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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영·유아 유기…방치된 아이들은 유령이 됐다
  • 등록일

    2023.06.29 15:07:22

  • 조회수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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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미비 속 '영아 거래' 활개
출생신고 안된 영유아만 2,236명
생명·안전 보장 위한 대책 필요

출생신고가 없는 영유아가 살해·유기된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출생 등록 체계와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정부·국회 등 사회 전체가 철저한 반성을 토대로 미래세대의 생명과 안전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아기들

태어나자마자 유령처럼 버려진 아이들이 있다. 27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과 텔레그램 등에서는 '영아 매매'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오픈 채팅 검색창에서 '미혼모'를 검색하니 '대신 키워드려요' 등 영아 위탁 채팅방이 줄줄이 나왔다.  

이른바 '영아 시장'에선 출생신고가 안된 아이들이 인기다. 한 입양 가족 단체 관계자는 "추적 받을 일도 없고 어떻게 처리해도 흔적을 감추기 쉽기 때문에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들이 브로커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부터 작년까지 출생신고가 누락된 영유아는 2,236명에 달한다. 이들 행방에 대해서는 여러 추정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베이비박스로 유입된 아이들은 기관이 인계해 보호받게 되지만,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처럼 살해됐거나 다른 장소에 유기, 불법으로 입양 거래된 범죄 사례가 많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2009년 서울 관악구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이래 올 5월까지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는 2,083명이다. 경기 군포의 또 다른 베이비박스로도 100명 이상이 들어왔다.

관악구 베이비박스의 경우 감사원 감사 기간인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1,418명의 아기가 들어와 보호를 받았다.

이중 225명은 원가정(친부모)에 복귀했고 148명은 입양기관으로 갔다. 원가정 복귀와 입양 아동 373명은 상담을 통해 출생신고가 된 사례이고, 나머지 1,045명은 출생신고를 원치 않아 미아신고를 해서 관할 구청이 인계해 시설이나  입양을 갔다고 주사랑공동체는 전했다.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정부 전수조사 대상 2천여명 중 베이비박스 사례를 제외하면 1천여명의 아기 중 다수는 유기에 의해 사망했거나 불법 인터넷 입양거래가 됐을 것으로 짐작한다"고 밝혔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사진출처=연합뉴스)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사진출처=연합뉴스)

'불법 입양·영아거래' 사실상 방치된 현실   

실제 최근 영유아 범죄 사례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화성에서는 A씨(20)가 2021년 서울 한 병원에서 여아를 출산한 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익명의 이들에게 아이를 넘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에서는 온라인으로 신생아를 불법 입양해온 30대 여성 B씨가 적발돼 구속된 일이 있었다. 이외에 나이가 어린 미혼모가 자신의 어머니(아기의 할머니) 등 다른 사람의 호적에 올리는 출생신고 사례나 출산 후 출생신고 전 자연사하는 사례도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강미정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장은 "감사원이 확인한 출생 미신고 영유아 중엔 아동복지시설 등 공적체계 안에 들어와 있는 경우도 상당할 것"이라며 "혼외 출생으로 인해 자녀의 출생 신고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문제 탓에 현재 어른, 즉 부모 중심의 출생 신고 시스템을 아동 중심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태어났으나 존재하지 않는 '유령 아이'가 나오는 건 정부 제도의 허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안 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5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해외에서는 출산과 동시에 수일 내 의료기관이 정부에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하지만 한국은 그런 의무도 없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병원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를 들고 부모가 주민센터에 가서 신고해야만 한다.

▲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임시 신생아 번호 관리 아동 실태조사방안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임시 신생아 번호 관리 아동 실태조사방안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정부 '뒷북' 대응에 부작용 우려도

출생 미신고 아동 보호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사가 되자, 정부와 국회는 그간 추진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법제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보편적 출생신고제도가 출생 미신고 아동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다만 임신·출산 자체를 숨기려는 산모를 '병원 밖 출산', 낙태, 신생아 유기 등을 하게 하는 부작용은 숙제로 남는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의 혼외출산율이 높음에도 중동 이민자들의 명예살인 등 특수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익명출산제를 도입했다"며 "이런 경우 제도가 도입돼도 양육 포기 등 부작용이 적겠으나 우리나라는 미혼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커 혼외 출산율이 낮은 만큼 양육 포기 사례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혼모에 대한 지원책 등을 강화하고 이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성숙한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것을 당장 막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보호출산제 도입을 고려해봄 직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독일의 '임신 갈등 상담소' 등 미혼모를 위한 상담 창구를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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